중국 인민해방군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장에 투입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정찰과 물자 수송이라는 고된 노동을 덜어주는 보조 역할을 넘어, 인간 병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투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구상 중이다. 연구실의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 흙먼지가 날리고 변수가 난무하는 실제 환경으로 기계를 끌어내고 있다. 화려한 시연 영상을 보며 신기해할 때가 아니다. 이 뉴스의 행간에는 한국 산업의 뼈아픈 불안이 숨어 있다.
속도가 아닌 축적의 결과물
우리는 흔히 중국의 굴기를 거대한 자본과 인력이 만들어낸 속도전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전 배치는 결코 단기간의 모방이나 돈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는 영역이다. 배터리, 정밀 모터, 센서, 그리고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하드웨어 생태계가 굳건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부품이 극한의 환경에서 맞물려 돌아가며 발생하는 고장과 수리의 물리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광활한 영토와 수많은 제조 현장에서 묵묵히 쌓아 올린 시행착오의 시간이 군사 기술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산업 지형을 잇는 관문이자 거대한 중후장대 산업의 배후 도시인 부산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태의 무게감은 더욱 짙어진다. 항만 물류와 조선업 현장처럼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공간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숱한 실패의 기록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강국을 자처하지만 정작 그 밑바탕을 이루는 기초 부품 생태계와 현장의 흙 묻은 데이터 축적에는 인색했다. 눈에 보이는 완제품의 화려함과 단기적인 투자 수익률에 집착하는 동안 바다 건너에서는 실패를 용인하며 생태계 전체의 체급을 키우는 지루한 축적의 시간을 견뎌냈다.
프런티어 기술의 패권은 누가 더 빨리 남의 기술을 가져와 조립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기계가 진흙탕에 빠지고 관절이 부서지는 숱한 실패의 현장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로봇 병사를 전장으로 밀어 넣는 중국의 행보는 그들이 이미 모방을 넘어 스스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산업의 기반이 얼마나 단단한지 뼈저리게 되물어야 한다. 추격의 시대에는 정답을 빨리 찾는 나라가 이겼다. 프런티어의 시대에는 질문을 먼저 만든 나라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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