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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프롬닷, 7년 만에 늑대를 풀다

핫라인 마이애미 속편이 안 나와서 직접 만들기 시작한 부산 해운대 4인 스튜디오 서클프롬닷. 7년 데뷔작 '쿠산: 늑대들의 도시'가 7월 30일 세계 동시 발매를 앞두고 한국어판 패키지 예약을 열었다.

데니 김 데니 김 · · 7분 읽기
서클프롬닷, 7년 만에 늑대를 풀다

쿠산: 늑대들의 도시 · 서클프롬닷 / Steam

속편을 기다리다 지친 사람이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 얼마나 걸릴까. 부산 해운대의 4인 스튜디오 서클프롬닷이 낸 답은 7년이다. 하드코어 탑다운 슈터 '쿠산: 늑대들의 도시'가 7월 30일 PC와 PS5, Xbox, 스위치로 동시 발매된다. 한국어판 실물 패키지는 14일부터 29일까지 예약을 받는다.

쿠산: 늑대들의 도시 공식 출시일 트레일러 · 서클프롬닷 / PQube

염정규 대표가 회사를 세운 계기는 단순했다. '핫라인 마이애미'를 재밌게 했는데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게 속상해서였다. 2018년 창업했고 처음 2년은 완전히 시행착오였다고 인터뷰마다 인정한다. 게임이 무엇인지부터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 회사 운영까지 전부 처음이었다. 그 시기를 버티게 해준 건 부산글로벌게임센터 입주와 이웃 개발사들의 도움이었다.

팀은 친구 넷으로 출발했다. 넷 다 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중 둘이 7년을 끝까지 같이 왔고, 가장 늦게 합류한 사람도 벌써 6년 차다.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는 6년을 입주했다. 경력자 영입도 큰 투자 유치도 아닌, 같은 자리에서 오래 버티는 방식으로 완성한 게임이다.

2018 해운대 창업
2년의 시행착오
BIC 2023 출품
인디고 2024 최우수상
2024.11 PQube 글로벌 계약
2026.7.30 세계 발매
쿠산의 7년

게임은 한 문장에서 출발했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원샷 원킬은 유지하되 존 윅처럼 싸우게 한다. 염 대표 스스로 '사이보그 존 윅'이라 부르는 감각이다. 부패한 도시 쿠산에서 전직 군인 진이 소녀를 지키며 싸우는 네오 누아르 픽셀 액션이다. 4명이 스테이지 54개를 전부 수제로 깎았다. 사운드트랙은 래퍼 랍티미스트가 프로듀싱했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원샷 원킬 메커니즘은 유지하되 존 윅처럼 싸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손맛의 뼈대는 리스크와 보상의 교환이다. 적의 공격을 패링으로 받아넘기고 연속 처치를 이어가면 '볼트'가 쌓이고, 그 볼트로 주인공의 전투 의수를 업그레이드하며 후반을 뚫는 구조다. 스테이지마다 S랭크 도전 과제가 붙어 있어서 한 판을 깨는 것과 완벽하게 깨는 것 사이의 거리가 멀다. 원샷 원킬의 긴장은 그대로라 방심하면 진도 한 방에 눕는다.

먼저 만져본 쪽의 반응이 손맛을 증언한다. 영국 매체 큐브드3는 데모 프리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놀랄 만큼 매끄러운 게임플레이"라며 "죽음이 단 한 번도 게임 탓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썼다. 어렵지만 공정하다는 평가고, 마지막 보스전은 "시간을 들여 배워가는 춤"에 비유했다. 미국 매체 노이지픽셀은 사운드트랙을 "숭고하다"고 표현하면서 "직접 해보면 이 게임이 영감을 준 원작들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후계를 자처한 게임은 많았지만 원작 바깥의 자기 손맛을 인정받은 게임은 드물다.

쿠산: 늑대들의 도시 전투 장면
쿠산: 늑대들의 도시 · 서클프롬닷 / Steam

쿠산은 근미래의 부산이다

제목의 도시 쿠산부터가 부산이다. 염 대표는 인벤 인터뷰에서 쿠산을 "부산을 출발점으로 여러 아시아 도시의 정서와 근미래적 상상을 섞은 항구 도시"라고 설명했다. 전쟁이 끝난 뒤 뒷세계로 흘러든 물자와 탐욕이 모여든 항구, 그 위를 늑대들이 걷는다. 등장인물이 전부 동물인 것도 계산된 선택이다. 폭력을 현실의 무게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판타지"로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기 위해서라는 게 대표의 설명이고, 참고한 레퍼런스로는 카라반 팰리스의 뮤직비디오 '론 디거'를 꼽았다. 컷신은 맥스 페인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 노블 스타일이다. 거친 터치의 화면 위에 주인공 진의 중저음 내레이션이 깔린다. 진은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르지만 그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 퇴역 군인이다.

무턱대고 보낸 DM 한 통

사운드트랙 비화는 이 팀의 방식을 요약한다. 2018년, 게임을 만들어본 적도 없던 신생 팀이 래퍼 랍티미스트의 인스타그램에 다짜고짜 협업 DM을 보냈다. 한 달간 답이 없었다. 역시 무리였나 싶을 때쯤 답장이 왔고, 그 인연이 7년을 갔다. 염 대표는 "쿠산의 어둡고 강한 도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음악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이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팔린다는 건 숫자가 먼저 말해줬다. 스팀 플레이테스트에 5,000명이 넘게 몰렸고 위시리스트의 30% 이상이 해외에서 왔다. 이 데이터를 들고 서클프롬닷은 2024년 11월 영국 퍼블리셔 PQube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의 인디게임 공모전 인디고 2024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발매는 11개 언어 동시다.

7년
개발 기간
4명
핵심 팀
54개
수제 스테이지
30%+
해외 위시리스트 비중
쿠산: 늑대들의 도시, 숫자로

발매일인 7월 30일에는 PC 스팀과 PS5, Xbox 시리즈, 스위치에 동시에 풀린다. 스팀 페이지에는 데모가 이미 올라와 있어 손맛을 미리 볼 수 있다. 한국어판 실물 패키지는 PS5판스위치판 두 종이고 가격은 각 3만 7,000원, 14일부터 29일까지 소프라노몰 등 온라인 마켓에서 예약을 받는다. 심의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라 예약 페이지는 성인인증을 거쳐야 열린다.

출시가 끝도 아니다. 스피드런 모드와 하드 모드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고 사이드 퀘스트 추가도 검토 중이다. 7년을 채우고 발매를 앞둔 소감을 묻자 염 대표는 "기쁘다기보다는 아직도 긴장감이 훨씬 큽니다"라고 답했다. 목표는 소박하고 정확하다. 지불한 금액이 아깝지 않은 게임,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추억으로 남는 게임"이다.

픽셀 아트로 그린 도시 쿠산
쿠산 전투 스크린샷 1
쿠산 전투 스크린샷 2
쿠산 전투 스크린샷 3
쿠산: 늑대들의 도시 인게임 장면들 · 서클프롬닷 / Steam

쿠산이 증명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다. 해운대에서 창업해 같은 자리에서 7년을 버텼고, 그 결과물이 런던과 싱가포르의 유통망을 타고 세계 매대에 오른다. 올해도 BIC는 부산에서 열린다. 3년 전 데모를 들고 나왔던 팀이 이번에는 발매작을 들고 온다. 부산 인디에게 이보다 나은 응원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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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데니 김

데니 김

SOUTH BRIDGE 발행인. 부산에서 AI와 산업의 구조 변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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